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헬로지구촌산책
미인(美人) / 고은 신주문(神舟紋)의 구리거울 뒤쪽에 궁녀 삼매화(三昧華)의 얼굴이 방금 죽었다가 살아난 듯이 은은하게 비치자 그녀는 그 거울을 놓아 버렸다. 정작 거울을 들여다 볼 한동안은 그때부터인 셈이다. “예쁘다는 것, 이게 뭐야.” 그녀는 중얼거렸다. 매달린 거울은 거울 자체가 듬직한 추가 되어서 곧 제자리의 허공에 드리워졌다. 아름다운 얼굴이 없어졌다. 드리워진 구리거울 두 개 중의 하나다. 언젠가 늙은 환관(宦官)이 왕비에게 전갈이 있어 황급히 마루에 오르다가 거기에 이마를 받은 일도 있었다. 내전 영화전(迎和殿) 뜰에는 흰 모란이 넘치도록 피었다. 그것은 꽃이라기보다 차라리 장원정(長源亭) 시회(詩會)에 실어 간 술이었다. 꽃이 그렇게 술로 취했다. 모란 향기는 영화전 담 너머 큰 화단에..
사랑이야 / 송창식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오를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 선가 한번은 본 듯한 얼굴 가슴속에 항상 혼자 그려보던 그 모습 단 한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시냇물 하나 이렇게 흘려 놓으셨나요 어느 빛 어느 바람이 이렇게 당신이 흘려 넣으신 물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이렇게 영원할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 선가 한번은 올 것 같던 순간 가슴속에 항상 혼자 예감하던 그 순간 단 한번 미소에 터져 버린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
비의 나그네 / 송창식 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국 소리 밤비 내리는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님 발자국 소리 밤비 그치는 소리 밤비 따라 왔다가 밤비 따라 돌아가는 내 님은 비의 나그네 내려라 밤비야 내 님 오시게 내려라 주룩 주룩 끝없이 내려라 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국 소리 밤비 내리는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님 발자국 소리 밤비 그치는 소리
비와 나 / 송창식 언제부터 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내가 이 빗속에서 있었을까 노을에 물들은 구름처럼 꿈 많은 소녀 꿈 찾아 꿈을 찾아 저 멀리 떠나버렸네 태양을 보며 약속했었지 언제까지나 길동무되자고 눈물처럼 내 뺨엔 빗물이 흘러내리고 내가 왜 혼자서 이 빗속에 울고 있을까
맨 처음 고백 / 송창식 말을 해도 좋을까 사랑하고 있다고 마음 한번 먹는데 하루 이틀 사흘 돌아서서 말할까 마주서서 말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일주일 이주일 맨 처음 고백은 몹시도 힘이 들어라 땀만 흘리며 우물쭈물 바보 같으니 화를 내면 어쩌나 가버리면 어쩌나 눈치만 살피다가 한달 두달 세달 맨 처음 고백은 몹시도 힘이 들어라 땀만 흘리며 우물쭈물 바보 같으니 내일 다시 만나면 속 시원히 말해야지 눈치만 살피다가 일년 이년 삼년 눈치만 살피다가 지나는 한평생 에에에 에에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