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헬로지구촌산책
미인(美人) 고은
미인(美人) / 고은 신주문(神舟紋)의 구리거울 뒤쪽에 궁녀 삼매화(三昧華)의 얼굴이 방금 죽었다가 살아난 듯이 은은하게 비치자 그녀는 그 거울을 놓아 버렸다. 정작 거울을 들여다 볼 한동안은 그때부터인 셈이다. “예쁘다는 것, 이게 뭐야.” 그녀는 중얼거렸다. 매달린 거울은 거울 자체가 듬직한 추가 되어서 곧 제자리의 허공에 드리워졌다. 아름다운 얼굴이 없어졌다. 드리워진 구리거울 두 개 중의 하나다. 언젠가 늙은 환관(宦官)이 왕비에게 전갈이 있어 황급히 마루에 오르다가 거기에 이마를 받은 일도 있었다. 내전 영화전(迎和殿) 뜰에는 흰 모란이 넘치도록 피었다. 그것은 꽃이라기보다 차라리 장원정(長源亭) 시회(詩會)에 실어 간 술이었다. 꽃이 그렇게 술로 취했다. 모란 향기는 영화전 담 너머 큰 화단에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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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1. 2. 21. 23:17